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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활동

애드거 앨런 포 베스트 단편선 | 마지막에 끝나는 미스테리!

애드거 앨런 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시절이다.

그때 나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검은 고양이(그의 단편 제목 중 하나)'를 읽었다.

검은 고양이 외에도 다른 단편들이 실려있는 단편집이었다.

그 때 검은 고양이의 삽화가 꽤 인상적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재밌게 읽은 후, 애드거 앨런 포라는 이름을 기억 속에 남겨두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정말 기상천외한 의식의 흐름으로 그의 단편선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고,

마침 e-book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읽었다.

 


 

 

1줄 리뷰 : 뒤가 찜찜하지 않은 미스터리 작품

 

 

<느낀점/리뷰>

 

이 책은 총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베레니스, 어셔 가의 몰락, 모르그 가의 살인, 황금 곤충,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

범인은 너다, 고자질하는 심장,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광인 치료법

전체적인 작풍이 어둡고 침침한 듯 하면서 발랄하다.

이건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뭐랄까, 묘사가 자세해서(옮긴이 마다 조금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발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 무서운 느낌이 아니다.

단편마다 시점이 광인 시점인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피해자의 시점인 경우는 없어서 그런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포물은 아니다.

대신, 나오는 인물들의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에 띵!하고 귀결되는 부분이 있다.

대개의 경우, 광인 시점일 때가 더 결말이 예상된다.

물론, 광인의 생각을 읽다보면 주춤할 만한 부분도 있지만, 광인은 본인에 대해서도

잘 몰라서.. 결국 본인에게 잡아먹히는.. 혹은 본인 안의 악에 잡아먹히는 형국이다.

어찌보면 지나친 생각과 광기를 조심하자는 교훈인 것일 수도.

 

나는 예전이긴 하지만, 저번에 한 번 이 작가의 단편들을 읽어서 그런가,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이 되었다.

단편들을 쭉 읽다보면, 뒤로 갈수록 결말이 예상될 것이다.

작가는 왠지 이야기를 쓸 때, 결말부터 썼을 것 같다ㅎㅎ

 

~단편들에 대한 짧은 느낀점/리뷰~

 

1. 베레니스

'굳이 비유하자면' 편집증 환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본인의 병을 얘기하는데에 많은 설명을 하는데, 이런 병인가? 추측하면서 읽다보면

그게 아니라고 꼬집어 준다. 하지만 그도 본인의 병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나 보다.

결말을 얘기하면, 그는 본인도 모르게 베레니스에게 흉악한 짓을 한다.

모든 게 그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것을 감안하면, 더 흉악한 짓도 했을 것 같다.

 

2. 어셔 가의 몰락

말 그대로 어셔 가의 몰락을 다루는데, 어셔 가에 초대된 친구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그가 친구를 따라 점점 미쳐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다른 단편들에 비해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친구가 겁을 먹기도 하니).

 

3. 모르그 가의 살인

아주 논리적인(?) 친구가 나온다. 그 친구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하다.

추리소설 같지만, 내가 추리해 볼 수는 없는 구조였다(적어도 나에겐).

논리적인 친구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지목된 범인이 나는 맘에 들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려준 우리 엄마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범인은 바로, 오랑우탄.

 

4. 황금 곤충

애드거 앨런 포의 명작으로 많이 불리는 단편이다.

다른 단편들과 달리, 어두운 분위기는 별로 없다.

보물 찾기 같은 내용? 그런데 시점이 보물을 찾을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조금은 미친 것으로 보는 친구 시점이라서 아주 조금 어두운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공포소설은 절대 아니고 추리소설이다.

단편들을 읽어보면, 작가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고, 또 명작으로 손꼽혀서 좀 신기하다.

내가 애드거 앨런 포의 많은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뭔가 작가의 희귀템? 연결되지 않는? 주종목이 아닌? 게 명작이 된 것 같아

신기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추리는 그의 주종목이 맞는 것 같다.)

 

5. 검은 고양이

옛날에는 그림이 있어서 그랬나, 이번에 읽을 때는 술술 읽었을 뿐만 아니라

큰 감흥 없이 읽었다.

결말이 어느 정도 생각났기에(역시 이미지는 오래 남는다), 빨리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불쌍하다는 생각과 함께 공포감도 느끼지 않았을까?

베레니스와 비슷한 유형의 단편이다.

 

6. 도둑맞은 편지

이 편도 어두운 내용이 일절 없다.

생각해보니 내가 애드거 앨런 포에게 갖고 있었던 것은 편견일수도 있겠다.

황금 곤충과 비슷한 느낌으로, 모르그 가의 살인에서 나왔던 논리적인 친구가

이번에도 탐정을 자처한다. 꽤 재밌게 읽었다.

 

7. 범인은 너다

범인을 유추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순서대로 단편을 읽으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등장인물도 별로 없다).

진짜 범인 대신 범인으로 몰렸던 작자가 너무 멍청한 것 같다는 점,

진짜 범인이 완벽하게 본인의 범행을 덮지 못했고, 이후의 행동이 멍청했다는 점

을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읽었다.

 

8. 고자질하는 심장

정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크루지? 그 이미지가 잠시 떠올랐다.

왠지 여기에 등장하는 할아버지를 그려보면 스크루지처럼 생겼을 것 같다.

검은 고양이와 비슷한 느낌인데, 검은 고양이 쪽 화자가 훨씬 더 대담하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트라우마 같은 게 있는 것도 비슷하고, 살해동기가 이와 연관된 것도 비슷하다.

여러모로 비슷한데, 검은 고양이가 더 주목받는 이유를 알겠다.

 

9.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광인 치료법

마찬가지로 읽다보면, 결말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중간에 소름이라고 말하기는 가볍지만, 하여튼 그 비슷한 것을 느꼈는데

만약, 이 작가의 책을 처음 본다면, 이 편을 처음 봤더라면

소름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뒷내용이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깔끔한 결말이었다.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어본 적 없다면, 한 번쯤은 읽어보길 추천한다.